왜 파키스탄 청년들은 조국을 등지고 떠나는가?

왜 파키스탄 젊은이의 62%는 조국을 떠나고 싶어 할까?

"파키스탄을 떠나고 싶습니다."

만약 한 나라의 국민 10명 중 4명이,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 10명 중 6명이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면, 그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것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바로 오늘날 파키스탄이 마주한 현실입니다. 최근 파키스탄 국민,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해외 이주를 향한 열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더 나은 삶을 향한 막연한 동경을 넘어, 이들의 절박한 외침 뒤에는 어떤 복합적인 배경이 숨어 있을까요? 오늘 이 글에서는 파키스탄인들의 '대탈출'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아프간 난민 추방문제와의 차이점까지 명확히 짚어보겠습니다.

희망을 잃어버린 땅, 경제적 압박과 미래의 실종

 

파키스탄인들이 고향을 등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적 어려움입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를 연일 떨어뜨리고, 월급은 제자리에 머물러 실질 소득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의 늪이 더해지면서, 특히 젊은 세대는 자국 내에서 안정적인 미래를 그리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치솟는 물가에서 매일 장을 보는 것조차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결혼, 내 집 마련, 자녀 양육과 같은 평범한 삶의 계획은 사치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적디 적은 월급은 지갑을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수많은 청년이 자신의 능력과 무관한 단순 노동에 내몰리거나 실업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기회가 부족하다보니 사람들은 운전사, 단순 노동자 등 해외 취업 시장을 향해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가난한 계층뿐만 아니라 농촌의 부유층이나 토지를 소유한 계층 역시 해외 이주를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에게 해외 이주는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을 넘어,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자산을 다각화하는 전략적 투자의 성격을 띱니다. 조금이라도 생각을 깊게 하는 이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경제적 불안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희망과 미래를 잠식하는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역습, 삶의 터전을 삼키는 환경 재앙

 

"파키스탄 사회는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국민의 삶과 생계는 홍수와 같은 기후 변화에 극도로 취약합니다." - AIF 인도·남아시아 전문가

2022년,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를 겪었습니다. 이 재앙으로 무려 3,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이 중 약 800만 명은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고 강제로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는 파키스탄의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은 파키스탄의 주요 산업인 농업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평생을 일궈온 농지가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하면서, 수많은 농촌 인구가 생존을 위해 도시로, 그리고 국경 밖으로 내몰리는 기후 난민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조차 없습니다.

파멸적인 기후 재난으로 인해 1차적으로 농촌에서 도시 간 국내 이주를 유발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한정된 도시 역시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해외로 향하게 됩니다. 특히 기후 변화의 위협을 피부로 느낀 농촌 출신들은 더욱 절박하게 국제 이주를 갈망합니다. 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처절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파키스탄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고향을 등지게 만드는 현재 진행형의 재앙입니다.

불안의 일상화, 흔들리는 사회와 안보

 

경제적 어려움과 기후 재앙에 더해, 정치·사회적 불안정 역시 국민들을 국경 밖으로 밀어내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정치적 혼란 : 파키스탄의 고질적인 정치적 불안과 리더십의 부재는 국가 발전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국민들은 정부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느끼고 있으며, 자국 시스템에 대한 깊은 불신을 품게 되었습니다.

안보 위협 :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끊이지 않는 테러와 지역간의 갈등은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에 다니고, 가족이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조차 없는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이주를 결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안정한 환경은 국민들에게 정신적인 피로감을 안겨주며,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삶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강력한 푸시 요인(Push Factor)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요 : 파키스탄인 탈출과 아프간 난민 추방은 다른 이야기

파키스탄인 탈출과 아프간 난민 추방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최근 언론에서 수십만 명이 파키스탄을 탈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를 모두 파키스탄 자국민의 해외 이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이 대규모 인구 이동의 상당수는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추방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입니다.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후, 수십만 명의 아프간인들이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피신하게 됩니다. 점차 피신하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이로 인해 파키스탄에 체류하는 아프간 난민은 약 300만 명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 내 테러 등 안보 위협의 원인으로 미등록 아프간 난민을 지목하며,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강제 추방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키스탄 국민들이 경제난, 기후변화 등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해외 이주를 모색하는 현상과, 아프간 난민들이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추방되는 현상은 반드시 명확하게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기로에선 파키스탄, 희망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파키스탄 인구의 37%, 청년층의 62%가 조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현실은 경제, 기후, 안보라는 세 가지 거대한 위기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위기 신호나 마찬가지 입니다.

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자국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밖으로만 눈을 돌릴 때, 그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파키스탄의 인구 대탈출 현상은 우리에게 국가의 역할과 사회 안전망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여정은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찾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자, 파키스탄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하고 무거운 숙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