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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짜리 개'는 어디로? 산업 수도, '한국의 디트로이트 울산' 기로에 서다
"울산에서는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 한때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중심이자, 전국에서 가장 번영했던 울산광역시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삼한시대 '우시산국(于尸山國)'에서 시작되어 1413년부터 '울산'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도시는,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역사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후 대한민국 산업화의 최전선에서 놀라운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간다. 하지만 오늘날 울산에는 '한국의 디트로이트'라는 우려 섞인 별명이 그늘처럼 드리워지게 되었다. 도대체 울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울산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어촌에서 산업수도로, 울산의 찬란한 황금기
1962년,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것은 울산의 운명을 완전히 바꾼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지리적 이점과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 중심의 대규모 공업단지들이 하나씩 들어서게 되었다. 특히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당시 대한석유공사) 같은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울산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격상시키게 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미포만 백사장에서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외국 선주를 설득해 조선소 건설 자금을 유치했다는 일화는, 당시 울산의 도전 정신과 성공 신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5만 명 남짓한 작은 어촌마을은 불과 수십 년 만에 인구 12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하게 되었고,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1위, 지방자치단체 최초 수출 1,000억 달러 달성(2011년)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며 말 그대로 "눈 떠보니 부자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 현실이 된 도시였다.
흔들리는 성장 엔진, 위기의 징후들
한때 영원할 것 같았던 울산의 성장세는 2010년대에 들어 점진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드러난 위험 신호는 '인구 감소'다. 2015년 이후 무려 92개월 연속 인구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인구감소율은 전국 1위(0.95%)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도시의 활력과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년과 여성 인구의 유출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주력 산업인 조선·자동차 산업의 침체, 고용 불안, 제한적인 일자리, 그리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도시 인프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출생아 수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까지 겹쳐, 2036년에는 인구가 100만 명 아래로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역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글로벌 경기 변동과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자동화의 확산 속에서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울산의 핵심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1,000억 달러를 상회했던 수출액은 2018년에는 700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하게 되었고,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소매판매, 부동산 경기 등 지역경제 전반이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다양한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이들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규모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황산화물, 중금속 등 유해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환경 문제와 주민 건강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특정 오염물질의 농도가 타 도시보다 높게 나타나는 점은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 울산이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기로에 선 울산, 새로운 미래를 향한 전환
이러한 복합적인 도전에도 불구하고, 울산이 그저 주저앉을 것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기존 주력 제조업의 스마트 혁신과 더불어, 미래 모빌리티(전기차, 도심항공교통 UAM), 화학 신소재, 친환경 에너지(수소, 해상풍력, 이차전지 등)를 4대 핵심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2030년까지 5조 5,0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목표로, 과거 산업 수도를 넘어 미래 신산업 도시로 대담하게 전환을 추진 중이다.
'에코폴리스 울산' 비전을 통해 대기환경 개선, 하천 정화, 녹지 확충 등 산업과 환경이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녹색도시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2040년까지 '지속가능 녹색환경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기후위기 대응과 시민 건강 증진에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
제일 큰 인구 유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과 여성이 매력을 느끼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필수적이다. IT, 바이오, 스타트업,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주거·교육·보육 등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도시 공간의 균형 발전과 관광·문화 인프라 확충으로 도시의 매력을 높이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려 인구 유출 문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울산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때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울산. 현재는 인구 감소, 제조업 위기, 환경 문제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울산은 좌절하기보다는 기존 산업의 혁신과 신산업 육성, 환경 친화적 도시로의 전환, 그리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산업과 환경, 그리고 시민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지향적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울산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울산의 이러한 고민과 노력이 단순히 한 도시의 이야기가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많은 산업 도시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삶의 질을 늘려주는 인프라의 보강과 다양한 문화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여건들, 편리하고 다양한 교통체계도 필요하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을 조화롭게 발전시킨다면 울산의 미래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 지금도 울산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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