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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리포트

2025년 7월 5일 대지진 예언, 팩트체크

by 박스피군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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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5일, 일본은 가라앉는가? 일본의 대지진 예언 만화 "내가 본 미래"

최근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면, 섬뜩한 속삭임을 마주치게 됩니다. 하나의 날짜, 2025년 7월 5일. 하나의 장소, 일본. 그리고 하나의 예언,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뛰어넘는 사상 최악의 재앙이 온다. 이 불안한 메시지의 출처는 놀랍게도 25년 전 출간된 낡은 만화책 한 권입니다.

과연 이 만화책은 정말로 미래를 내다본 예언서일까요? 아니면 디지털 시대에 가장 성공적으로 퍼져나간 집단 히스테리일까요? 오늘, 소문과 과학, 예언과 현실의 경계에 서서 그 논란의 중심, 타츠키 료의  내가 본 미래에 대한팩트 체크를 해보았습니다.

전설의 시작, 그녀는 어떻게 미래를 보았나?

 

이 모든 소동의 중심에는 타츠키 료라는 만화가가 있습니다. 그녀가 1999년에 출간한 『내가 본 미래』는 작가 자신이 꾼 예지몽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이 만화가 단순한 오컬트 서적으로 치부되지 않고 20년이 넘어 다시 소환된 이유는, 그녀의 꿈 일부가 소름 돋을 정도로 현실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 그녀는 1999년 초판 표지에 2011년 3월 대재해 라는 문구를 명확히 박았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문구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의 지진과 쓰나미가 도호쿠 지방을 덮치면서 일종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 : 그녀는 1995년 1월 2일, 대지가 갈라지는 꿈을 꾸었고, 정확히 15일 뒤인 1월 17일, 고베 지역에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만화책은 1999년에 출간되었지만, 작가가 꿈을 꾼 시점은 1995년 고베 지진 이전이라고 인터뷰한 바 있습니다. 꿈 일기엔 고베와 갈라진 대지 등 단어가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전설적인 뮤지션의 죽음 : 1970년대 후반, 그녀는 한 록스타가 유행병으로 사망하고 그의 삶이 영화화될 것이라는 꿈을 꿨다고 기록했습니다. 1991년,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사망했고, 2018년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이처럼 몇몇 굵직한 사건들이 그녀의 예언과 맞아떨어지자, 사람들은 그녀의 다른 예언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2025년 7월의 대재앙 예언입니다.

예언의 구체적인 내용, 2025년 7월의 시나리오

 

그녀가 책에서 밝힌 가장 무서운 꿈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충격적입니다.

시기 : 2025년 7월 5일 오전 4시 18분경이라고 알려져있지만, 그건 편집부에서 편집한 것이고, 작가 본인은 7월 이후 라고 언급하였습니다.

장소 : 일본과 필리핀 사이의 해역 (지질학적으로 난카이 트로프 남쪽으로 추정)

규모 : 태평양의 해저가 거대하게 융기하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최대 40m)의 3배에 달하는 초대형 쓰나미가 일본 서남부 해안을 덮친다.

이 예언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일본 사회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까지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일본 여행을 취소해야 하는가? 정말 일본은 가라앉는가?와 같은 공포 섞인 질문들이 온라인을 뒤덮었습니다.

과학의 판결, 예언은 과연 진실인가?

 

이제 냉정하게 과학의 영역에서 이 예언을 검증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예언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적중했다는 예언의 허점 : 2011년 예언은 3월이라는 시기만 맞았을 뿐, 구체적인 장소나 규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사건 발생 후 끼워 맞춘 사후 해석에 가깝습니다. 고베 지진 역시 15일의 시차가 있으며, 다른 예언들은 빗나간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는 그저 맞춘 것처럼 보이는 것만 기억하고 있을 뿐입니다.

번복된 예언 : 논란이 커지자, 작가 타츠키 료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2025년 7월 5일이라는 특정 날짜는, 나의 꿈이 왜곡되어 퍼진 것이다. 날짜는 편집부에서 편집한 것이고, 실제 꿈에서는 날짜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예언의 당사자조차 그 신빙성을 부정한 것입니다.

정부와 전문가의 일관된 입장 : 일본 정부와 기상청, 그리고 전 세계 지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 지진의 시기와 장소,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입니다.
심지어 작가와 출판사조차 이 책이 예언서가 아니라,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방재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짜 위험 VS 상상 속의 위험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안심해도 될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타츠키 료의 예언은 가짜일지 몰라도, 일본의 대지진 위협 자체는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는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30년 이내에 난카이 트로프에서 규모 8~9급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70~80% 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예언이 지목한 바로 그 지역에서, 언젠가는 반드시 대재앙이 일어난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예언은 우리에게 잘못된 공포를 심어주는 동시에 진짜 위험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2025년 7월 5일이라는 특정 날짜가 아니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진짜 재앙 그 자체입니다.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예언을 넘어 대비로

 

우리는 왜 이토록 예언에 열광하고 불안해할까요? 그것은 아마도 2011년의 끔찍했던 기억이 우리의 무의식에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언은 새로운 공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던 그 공포에 구체적인 이름과 날짜를 붙여주었을 뿐입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괴담에 흔들리며 막연한 공포에 사로잡힐 것인가, 아니면 이 불안감을 동력 삼아 실질적인 대비에 나설 것인가. 우리 집 비상 배낭을 점검하고, 가족과의 비상 연락망을 확인하며, 재난 시 대피 요령을 숙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모든 예언 소동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가치 있는 교훈입니다.

2025년 7월 5일이라는 날짜는 잊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날짜가 우리에게 안겨주었던 그 서늘한 공포와 경각심만큼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경각심을 내일의 대비로 바꿀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예언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만이 미래의 재앙 앞에서 우리를 구해줄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예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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