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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리포트

SNS 차단이 부른 네팔의 핏빛 혁명

by 박스피군 2025.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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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막았다가 정권 무너진 나라

네팔 총리를 끌어내린 Z세대의 분노, SNS 차단이 불러온 핏빛 혁명

"만약 당신이 매일 사용하는 유튜브, 페이스북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 대부분은 잠시 불편함을 느끼다 이내 다른 대체재를 찾거나, 체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25년 9월, 네팔의 Z세대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침묵 대신 분노를 택했고, 온라인에서의 외침이 막히자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단순한 SNS 차단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총리의 사임과 19명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으며 네팔 현대사를 뒤흔든 거대한 폭풍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네팔을 뒤흔든 'Z세대 혁명'의 전말과 그들이 왜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 깊은 이야기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사건의 서막: 26개 SNS가 지도에서 사라진 날

2025년 9월 4일, 네팔 정부는 페이스북, X(구 트위터), 유튜브 등 무려 26개의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충격적인 조치를 발표합니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등록 규정 미준수'. 하지만 이 조치가 발표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 고위층 자녀들의 특혜와 만연한 부패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하던 때였습니다.

네팔의 젊은 세대에게 SNS는 단순한 소통 창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부패한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며,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교실이자 광장이었습니다. 정부의 차단 조치는 이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아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명백한 '정치적 탄압'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끓어오르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죠.

SNS 차단

불타는 카트만두, 핏빛으로 물든 의사당

정부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Z세대의 저항은 상상 이상으로 거셌습니다. 9월 8일, 수도 카트만두의 연합의회 건물 주변은 순식간에 수만 명의 시위대로 가득 찼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스마트폰 대신 "부패 청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치는 피켓이 들려 있었습니다.

평화롭게 시작될 것 같았던 시위는 의회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와 이를 막는 경찰이 충돌하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고무탄은 물론이고 심지어 실탄까지 발포하며 무자비한 진압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19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고 300명 이상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다음 날인 9일, 시위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습니다. 분노한 군중은 총리와 대통령 관저로 몰려가 불을 질렀고, 부패 정치인들의 집은 약탈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카트만두 시내 곳곳은 검은 연기와 화염으로 뒤덮였습니다. 이는 더 이상 단순한 시위가 아니었습니다. 곪아 터진 사회 시스템을 향한 Z세대의 처절한 반란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Z세대는 무엇에 그토록 분노했나

해외 토픽으로만 접하기엔 이들의 분노가 너무나 강렬합니다. 네팔의 젊은이들이 목숨까지 걸고 거리로 나선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SNS를 못하게 해서가 아닙니다. 그 기저에는 수십 년간 쌓여온 구조적인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아빠 찬스'에 신물 난 청년들 : 네포티즘(Nepotism)의 늪

네팔의 정치권은 오랫동안 '네포티즘', 즉 족벌주의와 특권의식에 절어 있었습니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부와 권력을 세습하는 '현대판 음서제'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죠. 아무리 노력해도 공정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에 젊은 세대의 박탈감과 분노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들에게 부패한 기성세대는 타도의 대상 그 자체였습니다.

2. 디지털 원주민의 생존 수단을 빼앗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함께 자란 '디지털 원주민'에게 온라인 공간은 현실 세계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삶의 터전입니다. 정보를 얻고, 친구를 사귀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모든 활동이 그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정부의 SNS 차단은 이들의 눈과 귀, 입을 모두 막아버리는, 생존 수단을 빼앗는 행위나 다름없었습니다.

3. 낡은 권위를 향한 불신과 새로운 민주주의 갈망

네팔의 Z세대는 더 이상 권위주의적이고 불투명한 기성 정치 체제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투명한 정보 공개, 공정한 과정, 그리고 민주적인 소통을 원합니다. 이번 시위는 낡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요구하는 Z세대의 강력한 선전포고였습니다.

결국 무릎 꿇은 총리, 그러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시위와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정부는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9월 9일, K.P. 샤르마 올리 총리가 전격 사임을 발표했고, 차단되었던 SNS도 복구되었습니다.

하지만 총리의 사임이 해피엔딩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시위대는 부패한 정치권 전체의 전면 개혁을 요구하며 여전히 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네팔 사회는 극심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고,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입니다.

이 글의 핵심 요약

  • 사건 발단: 2025년 9월, 네팔 정부가 부패 고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26개 SNS를 차단.
  • 시위 격화: Z세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발생,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19명 사망.
  • 근본 원인: 만연한 정치 부패(네포티즘), 표현의 자유 억압,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
  • 결과: K.P. 샤르마 올리 총리 사임, 그러나 정치적 혼란은 지속.

네팔 Z세대가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과연 성공적인 민주주의 혁명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더 큰 혼란의 시작일까요? 이 사건은 비단 네팔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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