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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불타는 황금의 땅, 미얀마의 내전

by 박스피군 2025.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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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내전, 끝나지 않는 고통의 현장을 가다

 황금빛 파고다와 온화한 미소의 나라로 알려진 미얀마.

 하지만 그 평화로운 이미지 이면에는 현재 격렬한 내전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깊은 혼란에 빠져들었고,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군부의 억압이 충돌하며 전국적인 무력 충돌로 번지게 되었다.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비극적인 내전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미얀마가 왜 이토록 참혹한 내전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뿌리 깊은 원인부터 현재의 참상, 그리고 주요 세력들의 움직임까지, 불타는 황금의 땅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끝나지 않는 고통의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왜 싸우는가? 내전의 뿌리 깊은 원인들

 미얀마 내전은 단순히 2021년 쿠데타 하나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역사적인 원인들이 얽혀 있다.

  1. 쿠데타, 저항의 도화선 : 내전의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은 2021년 2월 1일의 군부 쿠데타다. 202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끈 국민민주연맹(NLD)이 압승하자, 군부는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키고 권력을 찬탈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평화적인 시위와 시민불복종운동(CDM)을 벌였지만, 군부는 이를 무자비한 유혈 진압으로 그들의 분노를 억눌렀다. 평화적 저항이 좌절되자, 많은 시민들은 스스로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무장 투쟁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강제 아닌 강제였다. 민주진영은 망명정부 형태의 국민통합정부(NUG)를 구성하고 산하에 시민방위군(PDF)을 조직해 나갔는데, 이것이 전국적인 무장 저항의 시작이었다.
  2. 해묵은 갈등, 소수민족의 눈물 : 미얀마는 130개가 넘는 민족이 공존하는 다민족 국가다. 하지만 1948년 독립 이후, 다수 민족인 버마족 중심의 중앙 정부와 자치권 및 연방제를 요구하는 소수민족들 사이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카렌족, 카친족, 샨족, 라카인족 등 많은 소수민족들은 수십 년간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중앙 정부 및 군부와 무장 투쟁을 벌여왔다. 중앙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묵살하거나 군사적으로 진압하는 방식을 택해왔고, 이는 미얀마 사회의 고질적인 불안 요소이자 내전의 구조적인 배경이 되었다. 2021년 쿠데타는 이러한 기존의 소수민족 무장단체(EAO)들이 민주진영과 연대하여 군부에 맞서는 계기가 되면서, 국지적 분쟁이 전국적 내전으로 확산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구조적 문제, 군부와 식민지 시대의 유산 : 영국 식민지 시절, 다양한 민족 집단들은 인위적인 하나의 행정 단위로 묶였고, 식민 통치를 위한 관료-군사 체제가 구축되었다. 독립 이후에도 이러한 식민지 유산은 청산되지 못했고, 오히려 군부가 국가 통합과 안보 유지를 명분으로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구조를 만들게 되었다. 군부는 소수민족 분쟁을 국가 위기로 규정하며 반복적으로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정치 전면에 나섰고, 자신들을 국가의 유일한 수호자로 자처하며 군사 독재를 정당화해왔다. 이러한 군부의 구조적인 정치 개입과 권력 독점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전장의 오늘, 전국으로 번진 불길

 과거 미얀마의 무력 충돌은 주로 국경 지역의 소수민족 거주지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2021년 쿠데타 이후 시작된 내전은 이제까지와의 무력 충돌과 양상이 달랐다. 버마족이 다수를 이루는 중부 평야지대와 대도시 인근까지 전투가 확산되었고, 소수민족 무장단체(EAO)와 새롭게 결성된 시민방위군(PDF)까지 연합하여 미얀마 군부에 맞서는 전국적인 전쟁으로 번지게 되었다.

  • 주요 격전지
    • 동북부 (샨주, 꺼친주) : 중국 국경과 인접한 이곳은 전통적으로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으로, 특히 2023년 10월, '삼형제 동맹'(아라칸군 AA,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 MNDAA, 뻘라웅족해방군 TNLA)이 시작한 대규모 합동 공세 '1027 작전'은 군부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이들은 주요 도시와 국경 무역로, 군사 기지들을 점령하며 군부를 수세로 몰아넣었습니다. 카친독립군(KIA) 역시 북부 산악지대에서 격렬한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 동부·남동부 (카렌주, 카야주) : 태국 국경과 맞닿은 카렌주에서는 카렌민족연합(KNU)이 시민방위군(PDF)과 연합하여 국경 도시 미야와디 등 대부분 지역에서 군부와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카야주에서도 카야니 저항군 등이 '작전 1107' 등 대규모 공세를 펼치며 군부를 압박하고 있다.
    • 서부 (라카인주, 친주) : 방글라데시, 인도 국경과 인접한 라카인주에서는 아라칸군(AA)이, 친주에서는 친족 계열 반군들이 군부와 격렬한 전투를 벌이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언제 다시 전투가 시작될지 모른다.
    • 중부 및 대도시 : 군부가 여전히 수도 네피도와 만달레이, 양곤 등 주요 도시를 통제하고 있지만, 이들 지역과 주변부에서도 시민방위군(PDF)의 게릴라 공격, 폭탄 테러, 군경과의 산발적인 교전이 끊이지 않아 치안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 최근 전황 : 2023년 하반기 이후 저항 세력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군부는 상당수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수세에 몰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군부가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지역은 전국 330여 개 행정구역 중 1/3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군부는 전투기, 드론, 헬기 등 압도적인 공중 전력을 동원해 저항 세력 거점과 민간인 지역에 대한 무차별 공습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어 민간인의 피해가 급증하는 중이다. 중국 등 주변국의 중재로 일부 지역에서 임시 휴전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군부에서 임시 휴전을 던져두고 뒤로는 다시 전투를 벌이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쉽게 깨지기 일수라 전국적인 평화 정착은 요원한 상황이다.

누가 싸우는가? 저항의 중심 세력들

 미얀마 내전은 단일한 세력이 아닌, 다양한 목표와 배경을 가진 여러 저항 그룹들이 군부에 맞서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요 세력은 다음과 같다.

  • 삼형제 동맹 (Three Brotherhood Alliance) : 2023년 말부터 내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가장 강력한 연합 세력. 중국계 코캉족 기반의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 파라웅(타앙)족 기반의 타앙민족해방군(TNLA), 그리고 라카인(아라칸)족 기반의 아라칸군(AA)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샨주 북부에서 시작한 '1027 작전'을 통해 군부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으며, 조직력과 전투력 면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 카렌민족연합 (KNU / Karen National Union) : 미얀마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소수민족 무장단체 중 하나. 산하 무장 조직인 카렌민족해방군(KNLA)은 동남부 카렌주와 태국 국경 지역에서 수십 년간 자치권을 위해 싸워왔으며, 2021년 쿠데타 이후에는 민주진영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반군부 투쟁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 카친독립군 (KIA / Kachin Independence Army) : 미얀마 북부 카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강력한 소수민족 무장단체. 중국과의 국경 지대에서 오랜 기간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해왔으며, 쿠데타 이후 반군부 연합에 적극 참여하며 군부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 국민통합정부(NUG)와 시민방위군(PDF) : NUG는 쿠데타로 축출된 민주진영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망명정부 형태의 기구이며, PDF는 NUG의 지휘 아래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시민 기반의 무장 저항 조직이다. PDF는 비록 군사 훈련이나 무장 수준은 부족하지만, 군부에 대한 광범위한 저항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이며, 여러 지역에서 EAO들과 협력하며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
  • 이 외에도 샨주, 카야주, 친주 등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각자의 목표와 이해관계에 따라 군부에 맞서 싸우거나 때로는 협력, 때로는 경쟁하는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민들의 괴로운 비명, 깊어지는 인도주의 위기

 4년째 이어지는 내전은 미얀마 국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며,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 희생되는 민간인 : 군부의 무차별적인 공습과 포격, 지상 전투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있다. 특히 군부는 저항 세력 근거지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종교 시설 등 민간 시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2024년 한 해에만 군부 공습 등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으며, 내전으로 인한 전체 민간인 사망자는 이미 수천 명을 넘어섰다. 또한 내전 지역 곳곳에 매설된 지뢰와 불발탄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 유엔(UN)에 따르면, 2025년 5월 현재 미얀마 내에서 집을 잃고 떠도는 국내 실향민(IDP)의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미얀마 전체 인구의 5~6%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이며, 이들 중 90% 이상이 2021년 쿠데타 이후 발생하였다. 특히 이재민의 3분의 1이 어린이들이며, 이들은 안전한 거처는 물론 식량, 식수,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극단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국경을 넘어 태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으로 피난한 난민의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주변국에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 무너져 내린 사회 : 내전과 정치적 혼란은 미얀마 사회의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병원과 학교는 파괴되거나 운영을 중단했고, 의료진과 교사들은 피난을 가거나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며 시스템은 마비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식량 가격 폭등과 생필품 부족은 국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지진까지 발생하는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지만, 군부의 통제와 방해, 그리고 불안정한 치안 상황으로 인해 구호 활동마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 전쟁 범죄와 인권 유린 : 유엔을 비롯한 국제 인권 단체들은 미얀마 군부가 저항 세력 지역에 대한 무차별 공습, 민간인 학살, 방화, 고문, 성폭력 등 심각한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군정 하에서 법치주의는 실종되었고, 국민들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평화는 어디에? 안갯속의 미얀마

 미얀마 내전은 쉽사리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군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저항 세력 역시 군부의 완전한 축출과 민주주의 회복 없이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각 세력의 군사력과 점령지, 그리고 중국 등 외부 세력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내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등 일부 국가가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신뢰 부족과 입장 차이로 인해 의미 있는 평화 협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미얀마는 당분간 극심한 인도주의 위기와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국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공포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 그리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불타는 황금의 땅 미얀마에 하루빨리 평화의 봄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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