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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즈족 보호인가, 이란 견제인가? 이스라엘의 시리아 대공습, 그 진짜 목적
"우리는 박해받는 소수민족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한다."
2025년 7월 중순, 이스라엘 정부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직후, 전 세계를 향해 이와 같이 발표했습니다. 공습의 공식적인 명분은 시리아 남부의 소수민족 드루즈족에 대한 시리아 정부군과 친이란 민병대의 잔혹한 탄압을 멈추기 위한 인도주의적 작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드루즈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강도 높은 작전을 수행했다고 강조하며, 이스라엘이 정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다마스쿠스의 하늘을 수놓은 폭격의 궤적은, 단순히 드루즈족을 탄압하는 군대의 막사를 향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정밀 유도 폭탄은 시리아 국방부와 군 본부, 최고 정보기관 건물, 그리고 대통령궁 인근의 핵심 통신 시설까지 정확하게 타격하며 시리아 군 지휘부의 심장부를 겨눴습니다. 남부의 민간인을 구하기 위한 폭탄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수도의 군사 중추에 떨어진 이 아이러니라니.
과연 이것은 진정으로 한 소수민족을 구하기 위한 고결한 임무였을까요? 아니면, 인도주의라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겨진, 훨씬 더 거대하고 위험한 지정학적 체스 게임의 시작이었을까요?
불안의 땅 시리아
공습의 배경이 된 권력 공백
이번 공습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현재 시리아가 처한 극도의 혼란을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2024년 말, 수십 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의해 축출된 이후 시리아는 완전한 권력의 공백 상태에 빠졌습니다. 국가는 사실상 여러 군벌과 민족, 종파로 조각나 끝나지 않는 내전 상태에 돌입했고, 이 혼란을 틈타 이란과 그 대리세력인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 군사적 영향력을 급격히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시리아 정부의 잔존 세력은 남부 스웨이다 주에 거주하는 드루즈족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감행했습니다. 드루즈족은 독자적인 종교와 문화를 가진 민족으로, 오랫동안 자치권을 요구하며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시리아 군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300명 이상의 드루즈족 주민이 사망하는 유혈 사태가 발생하자, 드루즈 민병대 역시 무장하고 저항에 나섰습니다. 바로 이 피비린내 나는 혼란의 순간, 이스라엘은 개입의 명분을 찾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진짜 속내
세 가지 전략적 목표
대부분의 국제 정세 분석가들은 드루즈족 보호는 이스라엘의 실제 전략을 가리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연막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이 이번 공습을 통해 노리는 진짜 목표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입니다.
1. 제1목표: 이란의 팔다리를 잘라내라
이스라엘의 최우선 목표는 단연코 이란의 영향력 차단입니다. 이스라엘의 전략가들에게 시리아는 이란의 서진(西進) 정책의 핵심 통로입니다. 이란은 테헤란에서 시작해 이라크와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이르는,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지대(Shi'a Crescent) 를 구축하려 합니다. 시리아는 이란의 첨단 미사일과 드론, 자금이 헤즈볼라에게 전달되는 병참 고속도로인 셈입니다. 따라서 이번 공습은 시리아 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기지와 무기고를 파괴하고, 이란과 헤즈볼라를 잇는 연결고리를 끊어내어 이스라엘의 북부 국경을 안전하게 하려는 외과수술적 타격에 가깝습니다.
2. 제2목표: 분열시켜 통치하라
이스라엘은 강력하고 통일된 아랍 국가가 자국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를 수차례의 중동전쟁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따라서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의 시리아가 다시 강력한 반(反)이스라엘 국가로 재건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습니다. 이번 공습은 드루즈족 외에도 베두인 등 다른 소수민족들을 자극해 시리아 내부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장기적인 분할 통치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약하고 분열된 이웃이 강력하고 통일된 적보다 낫다는 냉혹한 계산입니다.
3. 제3목표: 내부 위기를 외부의 승리로 덮어라
공습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교 초정통파(하레디)의 군 복무 면제 법안 등을 둘러싼 극심한 내부 정치 갈등으로 연립정부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지지율 하락과 국내 정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성공적인 군사 작전을 감행하는, 이른바 전쟁의 북을 울리는(Wag the Dog) 전략을 사용해왔습니다. 이번 공습 역시 국내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안보를 책임지는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중동의 미래
더욱 깊어지는 불안의 늪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단기적으로는 이란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자국의 안보 우위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동 전체를 더욱 위험한 불안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보복의 악순환 :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번 침략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대리 세력을 총동원해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기지 등을 향한 비대칭 보복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더 큰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시리아의 대리 전장화 : 시리아는 이제 자국민의 땅이 아닌, 이스라엘, 이란, 튀르키예 등 주변 강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거대한 대리 전쟁터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시리아 국민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화 프로세스의 실종 : 이와 같은 일방적인 군사 행동은 대화와 협상이라는 외교적 공간을 완전히 파괴합니다.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는 불신과 적개심만이 남아, 중동의 항구적인 평화는 더욱 요원해질 것입니다. 그들이 외친 대의명분의 부실함을 무엇보다 그들이 더 잘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마스쿠스에 떨어진 폭탄은 이제 소리를 멈췄지만, 그 폭발음은 중동 전역에 더 크고 위험한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드루즈족은 시리아 정부군의 압제에서 잠시 벗어났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강대국들의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언제든 희생될 수 있는 말(Pawn)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공습으로 이스라엘은 단기적인 군사적 이득을 얻었을지 모르나, 그 대가로 중동 전체를 더 깊은 혼돈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은 아닌지, 세계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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