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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봐주세요” 한 통의 전화가 F-16을 띄웠다.
2025 태국-캄보디아 전쟁의 전말
2025년 여름, 동남아시아의 평화로운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는 포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태국과 캄보디아, 오랜 이웃이자 경쟁 관계인 두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불을 뿜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십 년간 곪아온 영토 분쟁이라는 상처가 터진 것이지만, 이번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를 호소하는 한 통의 ‘비밀 통화’였습니다.
태국 총리가 캄보디아의 정치 거물을 ‘삼촌(Uncle)’이라 부르며 나눈 17분간의 대화. 이것이 어떻게 양국을 전면전 위기로 몰아넣고, 수십만 명의 피난민을 낳는 비극의 서막이 되었을까요? 기나긴 역사적 갈등부터 추악한 정치적 계산까지, 2025년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100년 묵은 갈등, 사원과 국경에 맺힌 핏자국
모든 비극에는 깊은 뿌리가 있습니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갈등은 20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영토’와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프레아 비히어, 신들의 사원이 남긴 분쟁의 씨앗
이번 분쟁의 핵심에는 프레아 비히어 사원(Prasat Preah Vihear)이 있습니다. 11세기에 지어진 이 고대 힌두 사원은 캄보디아 앙코르 문명의 정수로 꼽히지만, 지리적으로는 태국 쪽에서 접근하기 쉬운 당렉 산맥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이 지역의 국경선을 그은 것은 식민 종주국 프랑스였습니다. 당시 프랑스가 제작한 지도는 사원을 캄보디아 영토로 표기했지만, 태국(당시 시암)은 산맥의 분수령을 기준으로 국경을 삼아야 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이 모호한 경계는 분쟁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결국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사원 자체는 캄보디아의 주권 아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판결은 사원 부지에만 한정되었을 뿐, 주변 토지의 영유권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태국은 사원으로 가는 주요 접근로를 포함한 주변 지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고, 캄보디아는 사원과 그 주변이 모두 자신들의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이 ‘회색 지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 2008~2011년에도 양국 간의 유혈 충돌을 야기한 바 있습니다.
2025년, 다시 타오르는 불길
오랜 휴전은 깨지기 위해 존재했던 걸까요. 2025년 5월,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작은 총격전으로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하면서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7월 들어서는 서로의 드론이 영공을 침범했다, 상대가 지뢰를 매설했다는 비난전이 외교 무대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급기야 양국은 대사를 추방하며 외교 관계에 종언을 고했고, 국경은 걷잡을 수 없는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삼촌, 제발…” 전쟁의 방아쇠가 된 17분의 통화
외교가 단절되고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한 순간,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결정적 사건이 터집니다. 바로 훈센 캄보디아 전 총리와 파통탄 시나왓 태국 총리 간의 전화 통화 내용이 세상에 공개된 것입니다.
유출된 대화, 공개된 치부
2025년 6월, 캄보디아 상원의장이자 막후 실세인 훈센과 태국의 젊은 여성 총리 파통탄은 약 17분간 통화했습니다. 이 통화에서 파통탄 총리는 훈센을 “삼촌(Uncle)”이라 부르며 매우 사적인 어조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삼촌, 조카에게 좀 관대하게 대해주세요.”
“우리 군부 내 강경파는 ‘독’과 같아요. 그들의 말을 믿지 말아주세요.”
파통탄 총리는 태국 군부의 강경한 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자신이 국내 정치적으로 얼마나 큰 압박을 받고 있는지 하소연했습니다. 평화를 원한다는 진심을 전하며 훈센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간청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 은밀한 대화가 훈센 측에 의해 녹음되었고, 캄보디아 고위 관료 80여 명에게 배포된 뒤 훈센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체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점입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순간이었습니다.
태국의 분노, 캄보디아의 계산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태국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자국의 총리가 분쟁 상대국의 지도자에게 군부를 험담하고, 국가의 자존심을 구기며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야권과 군부는 “국가 이익을 팔아넘긴 배신 행위”라며 파통탄 총리의 해임을 외쳤고, 총리는 결국 직무 정지라는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훈센은 왜 이 통화를 공개했을까요?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위한 노력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서늘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바로 태국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고, 자국민에게는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훈센의 이 ‘통화 공개’ 도박은 정확히 먹혀들었고, 태국 지도부가 혼란에 빠진 사이 양국의 외교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았습니다.
포성과 화염, 위기를 먹고 자란 그림자
정치적 명분이 쌓이자, 군사적 행동은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2025년 7월 24일, 양국 군은 타 모엔 톰 사원 인근에서 대규모로 충돌하며 사실상의 전쟁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전면전으로 치닫는 국경
캄보디아는 구소련제 BM-21 다연장 로켓을 동원해 태국 국경 도시들을 무차별 포격했습니다. 이에 맞서 태국은 압도적인 공군력을 과시했습니다. F-16 전투기가 출격해 캄보디아 군의 거점과 보급로를 정밀 타격했고, 국경 200km에 걸쳐 포병과 기갑부대를 배치하며 전선을 밀어붙였습니다.
전쟁은 군사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포탄이 병원과 민가에 떨어지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했습니다. 태국 측에서만 14명의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양측을 합쳐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삶의 터전을 잃은 피난민은 1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유엔과 아세안(ASEAN)이 긴급 중재에 나섰지만, 분노와 불신으로 가득 찬 양국에 평화 협상 테이블은 너무나 멀어 보였습니다.
전쟁의 명분 뒤에 숨은 ‘범죄도시’
그런데 훈센이 이토록 무리한 외교적 결례와 군사적 충돌을 감수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캄보디아의 고질적인 문제, ‘범죄도시(Crime City)’ 스캔들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최근 몇 년간 캄보디아의 시아누크빌, 프놈펜 등지에서는 중국계 자본이 유입된 카지노 단지를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인신매매, 감금 등 흉악 범죄가 들끓었습니다. 국제 사회의 비난이 쏟아졌고, 캄보디아 내부에서도 “정부 고위층이 이들 범죄 조직의 비호를 받으며 막대한 ‘세금’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이 봇물 터지듯 나왔습니다.
훈센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극에 달하던 시점, 기가 막히게도 태국과의 국경 분쟁이 터진 것입니다. 통화 내용이 공개되고 전쟁이 시작되자, 캄보디아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순식간에 내부의 부패 문제에서 외부의 ‘적’인 태국으로 옮겨갔습니다. 애국주의의 광풍이 ‘범죄도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집어삼킨 것입니다. 결국 훈센은 내부의 정치적 위기를 외부의 군사적 갈등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는 수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이었습니다.
승자 없는 전쟁, 잿더미 위에 남은 질문들
여행, 가능한가? - 목숨을 건 도박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현재 태국의 우본랏차타니, 시사켓, 수린, 부리람 등 캄보디아 접경 지역은 대한민국 외교부를 포함한 각국 정부에 의해 ‘여행금지’ 또는 ‘즉시 대피’ 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모든 국경 검문소는 전면 폐쇄되었으며, 이 지역으로의 이동은 사실상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수도 방콕이나 캄보디아의 프놈펜은 당장 교전 지역은 아니지만, 전쟁이 언제 어떻게 확산될지 모르는 만큼 여행은 전면 재고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캄보디아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 전면전에서 캄보디아가 태국을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서 F-16, 그리펜 등 현대적인 전투기를 보유한 막강한 공군력과 체계적인 군사 시스템을 자랑합니다. 반면 캄보디아의 군사력은 중국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노후화된 장비가 대부분이며, 전체적인 국방력과 경제력에서 태국에 크게 뒤처집니다.
아마 캄보디아 지도부 역시 군사적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영토 확장이 아닌, 단기적인 군사 충돌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고 내부를 결속시키는 ‘정치적 승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 정치적 도박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들만 희생되고 있는 것이 참혹한 현실입니다.
결국 2025년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은 낡은 역사적 갈등과 현대 정치의 추악한 욕망이 뒤엉켜 빚어낸 비극입니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총성을 부르고, 내부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시작된 불장난이 걷잡을 수 없는 전쟁으로 번진 지금, 국경의 잿더미 위에는 ‘무엇을 위한 싸움이었는가’라는 공허한 질문만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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