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요람, 타케오(따까에우, Takeo, Daunkeo)
앙코르 와트의 명성과 그 유적지의 웅장함은 캄보디아 여행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그 찬란한 문명이 시작된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캄보디아 남부, 수도 프놈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타케오(따까에우, Takeo)는 바로 그 '캄보디아 문명의 요람' 이라 불리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돈까에우(Doun Kaev)라는 이름의 주도를 가진 이 곳은, 번잡한 관광지를 벗어나 캄보디아의 진정한 역사와 현지인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여행자에게 괜찮은 곳이라 할 수 있다.
크메르 역사의 서막을 열다: 부남과 진랍의 심장
타케오의 역사는 앙코르 시대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은 캄보디아 최초의 국가로 알려진 부남(扶南, Funan)과 이를 계승한 진랍(眞臘, Chenla)의 심장부였다. 특히 타케오 주에 속한 앙코르 보레이(Angkor Borei)는 부남 왕국의 고대 수도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요한 유적지이다. 이곳에서 발굴된 수많은 유물들은 당시의 발달했던 문명과 인도 등 외부 세계와의 활발했던 교류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크메르 문명의 일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후 강력한 크메르 제국의 영향 아래 놓이면서, 타케오 지역 곳곳에는 그 시대를 증언하는 아름다운 사원들이 세워지게 된다.
호수와 평야, 직물의 땅
타케오 주의 주도인 돈까에우 시는 약 3만 9천 명(1998년 기준)의 인구가 거주하는 비교적 소담한 도시다. 하지만 주 전체로는 약 84만 명(2008년 기준)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넓은(3,563km²) 지역이다. 타케오 주는 드넓은 평야와 곳곳에 자리한 호수, 강, 그리고 사람의 손으로 만든 운하가 발달하여 물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넉넉한 수자원으로 인하여 타케오는 농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비옥한 땅은 풍요로운 생명의 터전이 되어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타케오가 캄보디아 직물 산업의 중심지라는 사실이다. 캄보디아 전체 직물공의 상당수(약 1만 명)가 이곳에 거주하며 아름다운 전통 직물을 짜고 있다고 하니, 현지 시장 등을 방문한다면 그들의 섬세한 손길이 담긴 수공예품을 만나볼 기회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대 유적 탐방
타케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고대 유적 탐방이다. 앙코르 와트처럼 화려하고 웅장하진 않지만, 그와 비슷하게 오랜 세월의 깊이를 간직한 유적들은 앙코르와트 못지않은 경건함이 느껴진다.
앙코르 보레이(Angkor Borei) & 프놈 다(Phnom Da)
타케오 시내에서 보트를 타고 약 30분 정도 물길을 따라가면 앙코르 보레이에 닿을 수 있다. 이 곳은 과거 부남 왕국의 심장부로 앙코르 보레이 박물관에서는 지역에서 출토된 귀중한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어 부남왕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약 4km 떨어진 프놈 다는 작은 언덕 위에 외로이 서 있는 고대 사원으로, 부남 시대 건축의 특징을 엿볼 수 있으며 사원 위에서 바라보는 평화로운 주변 풍경이 일품이라 할 수 있다.
프놈 치소르(Phnom Chisor)
11세기 크메르 제국 시대, 수리야바르만 1세에 의해 지어진 언덕 위 사원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정상에 서면 탁 트인 평야의 파노라마 전경과 함께 고대 사원의 장엄한 아름다움이 그 고난과 힘듦을 보상해준다. 특히 해 질 녘 방문한다면 붉게 물드는 하늘 아래 더욱 신비로운 사원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지만 체력이 약하다면 무더위는 피해가는 것이 좋다.
톤레 바티(Tonle Bati)
역사 유적과 자연 속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다. 이곳에는 앙코르 시대에 지어진 타 프롬 사원(앙코르 유적지의 타 프롬과는 다른 곳) 등 고대 사원들이 남아 있으며, 바로 옆에는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다. 주말이면 현지인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호수에서 보트를 타거나 수영을 하는 등 활기찬 휴양지의 모습이 보여진다. 고요한 사원과 생기 넘치는 호숫가의 대비가 인상적이면서도 한가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프라삿 네앙 크마오(Prasat Neang Khmao)
'검은 여인의 사원'이라는 흥미로운 이름으로 불리는 이 고대 사원 역시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탑의 모습이 독특한 곳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도 아름답다. 그 이름에 얽힌 전설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자연과 현지인의 삶 속으로
고대 유적 외에도 타케오에는 즐길 거리가 더 있는데, 타마오 동물원과 타케오 시장이다.
프놈 타마오 동물원(Phnom Tamao Zoo)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동물원으로, 구조되거나 보호가 필요한 다양한 야생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넓은 부지에 조성되어 있어 동물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객에게 특히 추천한다.
타케오 시장
어느 지역을 가든 현지 시장은 그곳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타케오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라 활기찬 상인들과 사람들의 목소리, 신선한 식재료(?)와 군침 도는 길거리 음식, 그리고 이 지역 특산품인 직물과 수공예품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타케오 여행, 어떻게 할까?
프놈펜 출발: 타케오(돈까에우 시)는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약 80km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 버스, 미니밴, 택시 등을 이용하면 약 2시간 정도 소요되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기에 당일 치기보다는 1박 2일을 추천한다.
씨엠립 출발: 씨엠립에서 타케오로 가기에는 거리가 꽤 멀다(약 500km). 버스로는 7시간 이상 걸리므로, 항공편으로 프놈펜까지 이동한 후 육로 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위의 지도와 같이 도는 것이 좀 더 여행 시 피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주요 명소 이동 : 앙코르 보레이는 타케오 시내에서 보트를 이용해야 하며, 프놈 치소르, 톤레 바티, 프놈 타마오 동물원 등은 프놈펜에서 출발하는 당일 투어 상품으로도 많이 방문합니다. 렌터카나 툭툭을 이용하여 개별적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타케오 여행을 위한 작은 팁
타케오는 앙코르 유적지처럼 거대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붐비지 않아 한적하고 여유롭게 고대 유적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현지 시장이나 호숫가에서는 캄보디아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문화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으므로 프놈펜에서 캄보디아 남부 해안 지역인 깜폿(Kampot)이나 깝(Kep)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들러보는 것도 좋은 여행 코스가 될거라 생각한다.
캄보디아 문명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
타케오는 캄보디아의 화려한 역사, 그 이전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시끄러운 관광지를 벗어나 조용히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현지인의 소박한 삶을 경험하고 싶다면, 캄보디아 문명의 요람, 타케오로의 여행 계획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여행을 하는 자신에게 있어 잊지 못할 깊은 인상이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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