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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캄보디아의 주요도시 5편, 바탐방(Battambang)

by 박스피군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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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역사, 그리고 삶이 흐르는 도시 바탐방(Battambang)

 캄보디아 하면 씨엠레아프의 앙코르 와트의 신비로운 미소나 수도 프놈펜의 분주함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진정한 매력을 더 깊이 느끼고 싶다면, 북서부에 자리한 두 번째 도시, 바탐방(Battambang)을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캄보디아의 밥그릇이자 심장'이라 불릴 만큼 풍요로운 농업 지대이자,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우아한 건축물과 현대 예술의 감성이 공존하며,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과 독특한 체험 거리가 가득한,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도시다. 시끌벅적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한적한 여유 속에서 캄보디아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고 싶다면, 바탐방 역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앙코르 이전부터 현대까지, 바탐방 이야기

 바탐방의 역사는 앙코르 제국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시작된다. 고대 크메르인들이 이 비옥한 땅에 정착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으며,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이어진 앙코르 제국 시기에는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 세워진 고대 사원들은 오늘날까지 남아 바탐방의 깊은 역사성을 증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바탐방이 18세기 후반부터 약 100년간 이웃 나라 태국(당시 시암)의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인데, 이 시기의 바탐방은 태국과 캄보디아 내륙을 잇는 동서 교역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전해진다. 1907년, 프랑스와 태국 간의 조약을 통해 바탐방은 다시 캄보디아의 땅이 되었고, 이후 프랑스 식민 통치 아래 근대 도시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때 계획적으로 도로가 놓이고, 학교와 공장 등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했으며, 아름다운 프랑스풍 건축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바탐방 특유의 이국적인 도시 풍경을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가슴아픈 산물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의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하게된 바탕이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1953년 캄보디아는 프랑스에서 독립하였고, 바탐방은 풍부한 농산물을 바탕으로 국가의 중요한 농업 중심지로 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는데, 1970년대 크메르 루주 정권 시절, 이곳 역시 끔찍한 학살과 고통의 시기를 겪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많은 지식인과 주민들이 희생되었고, 도시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 (프놈 삼푸의 킬링 동굴은 바로 이 비극의 증거이자 현장이기도 하다.)

 

 기나긴 암흑기를 지나, 바탐방은 점차 재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바탐방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예술과 문화, 교육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중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갤러리와 공연장이 활기를 띠며, 도시는 차분하면서도 창의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캄보디아 제2의 도시, 그러나 여유로운 심장

 바탐방은 인구 약 12만 명(2019년 도시 기준, 주 전체는 1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캄보디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하지만 프놈펜과 같은 대도시의 혼잡함이나 씨엠립의 관광객들로 인한 북적임과는 다르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산케 강(Sangke River)은 여유로운 풍경을 더하고, 드넓은 평야는 '캄보디아의 밥그릇'이라는 별명처럼 풍요로운 농업 생산의 기반이 되어준다. 번잡함 대신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바탐방의 큰 매력이라 할수있다.

 

 

건축물 박물관: 시간을 걷는 즐거움

 바탐방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도시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역사적인 건축물들이다. 마치 잘 꾸며진 건축 박물관을 걷는 듯, 다양한 시대와 문화가 녹아든 건물들을 만나는 것은 바탐방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라 볼 수있다.

  • 바탐방 주청사 (Provincial Hall, 현 역사박물관): 1905년, 태국 지배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이후 프랑스 식민지 행정의 중심지로 사용되었다.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프랑스 양식과 크메르 전통 장식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건축물로, 최근 '바탐방 역사박물관'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내부 관람도 가능해졌다.
  • 프사 낫 (Phsar Nat, 중앙 시장): 1936년에 지어진 아르데코 양식의 아름다운 시장 건물이다. 프놈펜의 중앙시장 설계에 참여했던 프랑스 회사의 작품으로, 바탐방 구시가지의 랜드마크이자 현지인들의 활기가 넘치는 장소다.
  • 구 프랑스 식민지 지구 (Old French Quarter): 산케 강 서쪽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역사 속의 한 가운데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약 800여 채에 달하는 프랑스 양식의 건물들, 오래된 상점가(샵하우스), 아파트, 행정 청사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느긋하게 산책하며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곳곳에 숨어있는 예쁜 카페나 갤러리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구 주지사 관저 (Governor’s Mansion): 1907년 프랑스 식민지 시기에 지어진 웅장한 저택으로 고전적인 프랑스 양식에 섬세한 크메르 장식이 더해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기타 역사적 건물들: 지금도 우편 업무를 보는 구 우체국, 과거 교통의 중심지였던 구 철도역, 약 150년 역사를 지닌 중국 사원, 태국과 크메르 양식이 혼합된 왓 피페타람 등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담은 건축물들이 도시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놀랍게도 바탐방 구시가지에는 800여 채의 프랑스 식민지풍 건물 외에도 300여 채가 넘는 전통 크메르 가옥과 130여 개의 고대 사원(파고다)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이 풍부한 건축 유산을 바탕으로 바탐방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등재를 추진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잊을 수 없는 경험: 바탐방에서 꼭 해야 할 것들

  1. 삐걱거리는 즐거움, 대나무 기차 (Bamboo Train): 바탐방을 상징하는 명물 중의 명물 중의 하나로 '노리(Norry)'라고도 불리는 이 기차는 말 그대로 대나무 평상 위에 엔진을 얹은 초간단(?) 이동 수단이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끝없이 펼쳐진 논밭과 시골 풍경 사이를 달리는 경험은 그 도파민이 터진다기보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마주 오는 기차를 만나면 한쪽 기차를 분해해서 옆으로 비켜주는 진풍경도 볼 수 있는. 짧지만 당혹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
  2. 활력 넘치는 삶의 현장, 프사 낫 (Phsar Nat): 아름다운 아르데코 건물 안팎으로 펼쳐지는 프사 낫은 바탐방의 중심지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온갖 향신료, 생선과 육류, 그리고 군침 도는 현지 음식들까지. 활기찬 상인들과 물건을 고르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살필 수 있으며, 저렴하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3. 역사의 메아리, 프놈 바난 사원 (Phnom Banan Temple): 앙코르 와트보다 먼저 지어졌을 수도 있다는 설도 있는 11세기 크메르 사원이다. 무려 350개가 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정상에 서면 다섯 개의 고풍스러운 탑과 함께 드넓게 펼쳐진 바탐방의 시골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탁 트인 전경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지만, 그만큼 올라가기 힘들다. 앙코르 와트의 축소판 같은 구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4. 아픔과 경이로움의 공존, 프놈 삼푸 (Phnom Sampov) & 킬링 동굴: 바탐방 외곽의 이 석회암 언덕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크메르 루주 정권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했던 비극의 현장 킬링 동굴(Killing Caves)이다. 동굴 속 유골들은 그날의 참상을 말없이 증언하며 깊은 슬픔과 숙연함을 느끼게 하며, 다른 공포스러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언덕 정상의 사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워 요상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해 질 녘, 이곳에서는 또 다른 경이로운 장면이 펼쳐지는데, 바로 박쥐 동굴(Bat Caves)에서 수십만 마리(혹은 수백만 마리!)의 박쥐 떼가 끝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관이다. 어두워지는 하늘을 까맣게 뒤덮으며 날갯짓하는 박쥐들의 행렬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잊지 못할 경험이지만 영화화 달리 실제 겪는 상황이라 기겁할만한 광경이기도 하다.
  5. 고대 사원의 흔적, 왓 에크 프놈 (Wat Ek Phnom): 11세기에 지어진 또 다른 앙코르 시대 사원 유적이다. 프놈 바난보다는 덜 가파르고 접근하기 쉬우며, 거대한 불상과 함께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석조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현지인들이 기도를 드리러 오는 신성한 장소이기도 하여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6. 살아 숨 쉬는 예술과 문화:
    • 바탐방 지방 박물관: 앙코르 시대 이전부터 이후까지, 이 지역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바탐방의 깊은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 록 타 돔봉 끄란흥 동상: 바탐방의 상징과도 같은 전설 속 인물의 동상으로 도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랜드마크 중 하나다.
    • 로므체익 5 아트 스페이스 (Romcheik 5 Art Space & Café): 바탐방이 왜 예술 도시로 불리는지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젊고 재능 있는 캄보디아 예술가들의 현대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고, 멋진 카페에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 미세스 분 루엉의 고가 (Mrs. Bun Roeung's Ancient House): 잘 보존된 전통 캄보디아 목조 가옥을 방문하여 과거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 다양한 사원들 (왓 칸달, 왓 삼롱 크농 등): 도시 곳곳에 자리한 아름다운 불교 사원들은 지역 주민들의 신앙심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바탐방 여행, 현실적인 정보들

  • 가는 법:
    • 프놈펜 출발: 버스(6~7달러, 5~6시간), 미니밴, 또는 프라이빗 택시(4~5시간, 60달러 내외)를 이용할 수 있다. 도로는 비교적 잘 포장되어 있다.
    • 씨엠립 출발: 버스(3~4시간)나 택시가 일반적이다. 특별한 경험을 원하고 배멀미가 없다면 건기에 운행하는 보트(6~8시간 소요)를 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산케 강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편의 시설은 거의 없다.
  • 도시 내 이동: 툭툭이 가장 편리하고 일반적인 교통수단.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하루 투어를 흥정할 수 있으며(가격 사전 합의 필수!), 자전거를 빌려 구시가지를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assApp과 같은 현지 차량 호출 앱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이동하고 가격을 미리 알 수 있으니 참고하자.
  • 여행 최적기: 11월부터 4월까지의 건기가 여행하기 가장 쾌적하다. 특히 11월에서 2월 사이는 너무 덥지 않아 좋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로, 비가 자주 오고 일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하는게 좋다. 연평균 기온은 32°C 정도로 덥다.
  • 추천 일정: 바탐방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최소 1박 2일,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2박 3일을 추천한다. 시내 구경과 건축물 탐방, 근교 사원과 동굴 방문, 대나무 기차 체험 등을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으나, 여유롭게 즐긴다면 시간이 모자를 수도 있다.

 바탐방은 캄보디아의 다른 유명 도시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그만큼 더 깊고 진솔한 매력을 간직하여 여행다니기 나쁘지 않은 곳이다. 북적이는 인파 대신 현지인의 평화로운 일상을 마주하고, 잘 보존된 역사적 건축물 사이를 거닐며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어 좋다. 대나무 기차나 박쥐 동굴과 같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경험은 덤이지만, 무엇보다 예술적인 감성과 따뜻한 사람들의 미소가 여행의 기억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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